어젯밤 새벽 두 시에 눈을 붙였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시계가 8시 30분을 가리켜고 있다. 나는 보통 자정에서 두시 사이에 잠을 청하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6시 반이나 8시면 눈을 뜨게 된다. 수면 패턴이 6시간 반정도 되는 것 같다. 물론, 일찍 일어난다고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조금 움직였다가 피곤함을 느끼며 다시 눈을 붙이고, 다시 눈을 떠 스마트폰 속 허공에 떠도는 사진과 영상들을 조금 보고서야 '아 이제 진짜 일어나야지'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면 1시간은 훌쩍 지나가서 시계가 9시 반을 가리키고 있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서울살이 3년이 넘어가는 이 시점에서, 나는 본가보다 서울에 더 오래있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오늘은 엄마가 서울에 결혼식 참석차 올라온다고 한다. 내 나이가 만 스물여섯이지만, 어머니보다 엄마라는 단어가 편하다. '엄마'라는 존재는 그러한 것 같다. 아무튼 엄마가 2시에 서울대에 있는 결혼식장에서 일정이 끝난다고 하기에, 오늘은 엄마와 함께 오후를 보내자고 했다. 요새 가끔 생각하는 것인데, 엄마와 좋은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점차 준다. 어느덧 서로 시간을 내야 하고, 시간을 내어도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 날이 많아진다. 아무튼 이러한 생각을 뒤로하고, 조금 있다가 집에 아무튼 방문할 엄마에 대비하고자 방을 치워본다. 매번 어지럽다, 더럽다고 잔소리하는 엄마지만, 나는 나름대로 내 친구들의 집보다 깨끗하다고 생각하며 산다. 이불을 빨아보기도 하고, 침대로 드러내서 방을 닦아보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벌써 시계는 12시를 가리킨다. 간단히 점심을 과일과 커피로 때운 후, 씻고 집에 나선다.
연희동에서 서울대입구(사실상 낙성대입구)까지 대략 50분 정도 걸리기에, 발걸음을 서둘러본다. 분명히 어제는 오늘 비가온다는 예보가 있었고 저녁에는 비도 세차게 내려친 듯했는데, 밖을 나서니 날씨가 맑다. 무엇을 할지 더 애매하고 곤란해진다. 버스를 타고 홍대입구로 가서 지하철로 환승을 해야 하는데, 연희동에서 홍대입구로 가는 버스 탑승객들의 종착지는 홍대입구다. 결국에는 거기서 상당수의 승객들이 하차한다. 나도 그중 상당수의 일부이다. 항상 어딘가를 가려면, 2호선을 타는 생각을 하는 게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말에 2호선을 타면, 조금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매일 출퇴근과 이동을 반복하던 홍대입구역에 관광객들의 비율이 올라간다. 나는 관광객들의 인파에 섞이고, 이곳은 더 이상 대학번화가의 면모를 가지지 못한다. 한국의 거리, 마치 일본의 시부야 거리를 들어간듯한 관광지의 스케일을 품는다. 그 광경을 보니 나는 문득 관광객의 위치가 되면 조금은 달라질까 생각을 해보게 된다. 오늘 엄마와 서울나들이라는 것을 해야 되는 입장에서 '관광객'과 '현지인'의 위치에서는 뭐가 달라질지 고민을 해보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현지인이 뭘 더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현지인은 자신의 지역을 알기 위해서 더 찾아야 한다. 내가 가는 곳은 일정한 반경 안에서 정해져 있고, 그다지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우리 동네를 더 잘 모를 수밖에 없다.
어쩌면 그런 의미에서 관광객이라는 위치성은 현지인이라는 위치보다 더욱 특별해질 수 있다. 나의 공간이 얼마나 볼 곳이 많은가 관찰자 입장에서 탐구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해볼까 고민을 해보면서도, 서울이라는 복잡한 도시 속에서 어디에서부터 서사를 시작해야할지 막막한 내 상황은 서울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이 거대한 스케일을 어떻게 향유해야 할 것인가에 관해, 그 막막함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모르겠다. 항상 거대한 도시 속에서 작은 사람으로 사는 내가 이 도시를 품기에 도시는 너무나 거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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