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지난번에 내가 체육관에 전화했다고 이야기했던가? 아마도 그 체육관이 어떤 종목을 하는지는 이야기를 안 했던 것 같다. 내가 그렇게 결심한 것은 복싱도 아니고, 태권도, 주짓수, 유도도 아닌 '레슬링'이었다. 먼저 인식론적인 이야기를 해야 될 것 같다. 처음에 '레슬링'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나는 문득 생각난 문장이 있었다.
'아... 그 러시아 애들이 하는거?'
SNS에서 종종 보는 레슬링 장면을 떠올리면, 대부분이 러시아나 서북아시아, 북아시아 쪽 사람들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그들의 강렬한 신체적 아우라가 내게는 인상적으로 남아 있었다. 특히 사람을 번쩍 들어 뒤로 넘기는 기술 장면은 내게 ‘훨씬 더 과격한 운동’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다만, 다리를 높이 드는 동작이 없으니 레슬링은 오히려 씨름과 비슷해 보여, 접근성은 더 좋아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내 인식 속의 레슬링은, ‘만두귀’와 함께 꽤나 격렬한 격투기 종목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따라서 지난번에 이야기했듯, 레슬링을 해본다는 생각은 나에게 조금의 두려움을 주는 행위라는 점은 당연했다. '허둥지둥하면서 몸을 잘 못 쓰면 어떡하지?', '다치면 어떡하지?', '인자강이 아닌데, 밀리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망설이기만 했으며, 두려움은 쌓여가기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두려움과 망설임을 떨칠 방법이 단 한 가지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행위를 실천하는 것, 딱 그 한 방법만이 나의 망설임과 두려움에서 탈피해 실천으로 이어지는 행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휴대폰을 들어 그 체육관으로 문자를 보냈다.
“하루 체험을 해 볼 수 있을까요?”
내가 운동을 알아보면서 알게 된 점 중 하나는, 레슬링이나 주짓수 같은 종목들은 체육관에서 종종 ‘하루 체험권’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사실 격투 종목은 한 번도 해본 적 없고, 왠지 모를 두려움도 있었기에 선뜻 한 달, 세 달씩 등록하기가 망설여졌다. 그런데 하루 체험이 가능하다니, 적어도 분위기를 보고 나서 결정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고민 끝에 연락한 나는 체육관 관장님과 상담을 오래 나누게 되었다. 나는 내가 겁도 많고 힘도 세지 않은데 괜찮을지, 초보자도 많은지 등 걱정과 솔직한 질문을 털어놓았다. 관장님은 생활체육으로도 충분히 배울 수 있다며 격려해 주셨고, 나도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레슬링에 대한 경계심도 차분히 가라앉기도 했다. 하지만 그 사이 새로운 걱정들이 나를 사로잡고 있었다.
'그곳은 어떤 분위기인가?'
이제는 새로운 공간과 새로운 사람들에 대한 걱정들이 사로잡기 시작했다. 에필로그에서 말을 했듯이 나는 새로운 공간과 사람들에 익숙해지는 시간까지 꽤 오래 걸린다. 특히, 사람들이 내게 관심을 먼저 가져주지 않는 이상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그러므로 내가 그곳에 잘 적응할 수 있는가는 최대의 다음 고민이었다. 체험이긴 하지만, 체육관이라는 곳을 처음 경험하는 나에게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긴장은 지속적으로 유지되었던 것이다. 이는 어렸을 적에 친구들과 다녔던 농구와는 조금 다른 느낌을 받고 있었고, 그때에도 나는 단체생활에 지극히 아웃사이더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체육관 관장님에게 '수'요일에 간다고 이야기를 하고, 그 주말이 지나 월요일이 되었다. 처음에는 수요일 일정에 조금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갈수록 걱정은 커졌다. 운동을 괜히 한다고 했나? 적성에도 안 맞는 것을 한다고 한 것은 아닌가? 이런 고민들을 계속하게 되었다. 어차피 체험이니까 안 가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다만, 일련의 약속이다라는 생각에 체험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조금씩 무거운 발걸음과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있었다. 그렇게 월요일이 지나고 화요일이 되었을까? 역시 J는 어디 가지 않는다. 나는 점차 조금씩 내일의 계획을 짜고 있었다. 항상 가던 학교를 내일은 가지 않기로 했다. 다만, 레슬링 체육관 근처의 카페에서 내일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리고 화요일은 학교에서 집을 일찍 나섰다. 긴장도를 조금 낮추려는 욕심도 있기도 했지만, 그냥 이제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극 I의 소심함을 다시 한번 느끼는 날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수요일 아침이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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