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졸업식만큼 재미있는 날은 없는 것 같아요. 세어보면,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많으면 대학교까지 우리는 많은 졸업식을 하게 되죠. 유치원까지 포함하면, 근 다섯 번의 졸업식은 맞이하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근데, 사회적으로 한 공간에서 이탈하는데 많은 축하를 받는 일은 드물어요. '식'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행사를 맞이하일은 더더욱 드물죠. 졸업식은 그 드문 일 중에 하나고, 일종의 노동자가 되기 전까지 계속 맞이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행사인가요.

저도 지난 8월 29일에 대학원 석사과정 졸업식을 맞이했어요. 유치원까지 포함해 보면, 여섯 번째 졸업식이 되었네요. 그런데 아마도 이번 졸업식이 제 생애에 가장 특별했던 졸업식이 되었던 것은 틀림없는 것 같아요. 석사논문을 써서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아마도 3년이라는 세월을 대학원에서 보낸 결말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매우 내향인이라 사람들에게 축하하러 오라는 말을 못 하는데, 많은 축하를 받는 것은 너무 또 좋아해요. 약간 극 I의 소심한 E성향이랄까... 근데 그날은 뜻밖의 사람들이 많은 축하를 해주러 와주었습니다. 먼저 졸업한 동기가 와주었고, 박사과정 누나들, 그리고 석사과정 후배들이 와줬어요. 가족들은 얼마나 많이 와줬게요? 본가에서 할머니와 부모님이 함께 왔고, 서울에 있던 외삼촌댁 친척까지 같이 사진을 찍었답니다. 대략 10명 이상의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만큼의 축하를 받았던 것은 오랜만이었던 것 같아요.
저희 대학원은 졸업식 과정에서 졸업생 한 명 한 명, 각자 소감을 발표하는 것이 특징인데요. 저 또한 소감을 발표를 했답니다. 물론, 거의 감사의 말이였어요.
"사실 3년만에 석사를 끝내게 되었는데, 처음에 많이 부족했지만 많이 부족한 저에게 많은 영양분을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에게 대학원이라는 선택을 하게끔 만들어준 저의 가족들에게도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진짜 많이 부족했던 것 같은데, 그 과정 속에서 어쩌면 석사를 끝낼 때 새싹하나 안 날 것 같은 땅 위에 많은 영양분을 주신 분들이 많아서 너무 감사했던 과정이었습니다."
사실 더 많은 말을 할 수 있었는데, 그러질 못했네요. 하지만 그 새싹이 도전을 스스럼없이 하는 저를 만들었고, 그 감사함은 진심이었답니다. 하지만 너무 짧았던 소감과 감사함만 남기고 나온 것 같아서, 오늘은 그 후기를 남겨보고자 했어요. 사실 저 말을 이야기할 때에 너무 떨리는 순간이었답니다. 아마도 연예인이 시상식을 한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하기도 했으니까요. 너무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많은 말들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너무 긴장해서 항상 말 많던 사람이 짧은 인사를 남기게 되었네요.
뜨거웠던 여름, 찬란한 축복을 맞이했던 것 같고... 그 열기 속 많은 축하를 받는 사람들 속에서 저도 축하를 많이 받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날은 너무 뜨거웠지만, 학위복 속 흘러내리는 땀이 결코 부담스럽지 않았으니까요. 석사라는 과정을 하면서, 저는 어쩌면 K-타임라인이라는 범주 속에서 탈피했던 것 같아요. 고학력자가 돼 보기 위해서 만 23살에 선택했던 대학원은 남들이 대학을 다니는 시기에 대학원을 다 다닐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오히려 내가 이른 취업을 할 수 있었는데 어려운 선택을 한 것은 아닐까 고민되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대학원에서 정말 재미있는 공부를 했고, 어려서 나올 수 있었던 생각을 실천으로 옮겨보기도 한 것 같아요. 그 과정 속에서 나를 찾는 여행도 한 것 같고요.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이뤘다는 결과물을 축하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더 뿌듯했던 날을 보낸 것 같더라고요. 그날을 시간별로 서술할 수도 있지만, 서술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더 소설같이 이야기하기엔 제 능력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시작도 잘 못 된 것 같고요. 하지만 각자 자신의 졸업식은 매우 뿌듯한 날이었다는 것은 알 거라고 믿어요. 그래서 제 후기는 어쩌면, '나 너무 즐거웠어'라는 문장을 주절주절 푼 결과물인 것 같네요.
가끔 친구들이 "대학원 즐거워?"라는 문장으로 저를 당혹스럽게 만듭니다. 대학원이 즐겁냐라고 묻는다면, 공부를 싫어하는 이들에게 '즐겁다'라는 대답이 독이 될 것 같거든요. 확실하게는 학창 시절부터 해왔던 공부랑은 다르고, 내 공부만 하게 되는 시기니까요. 물론, 그 과정에서 고통스럽다는 대답을 하게 되는 것 같기는 해요. 그런데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매우 즐거웠던 시간인 것 같습니다. 공부를 계속하고 싶기도 하고요. 이중적인 의미이긴 한데, 나 자신을 학대하면서 '알아가는 즐거움'을 보게 된다는 것이 즐거움의 이유인 것 같아요. 그리고 어쨌든 결과물이 학위 논문으로든, 학술논문으로든 나오잖아요. 그래서 저는 추천해요. 사회가 가지고 있는 대학원이라는 이미지보다, 실제로 들어가 보면 즐길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죠.
이제 석사라는 학위를 가진 사람으로서 뭘 할 거냐에 대한 대답이 필요해요. 취직을 하고 싶기는 한데, 그게 마음처럼 되는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나는 어떤 다른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곰곰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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