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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비평/영화

[정직한 후보(2020)] 정치인은 진실된 소리를 할 수 있는가

by 이름 없음의 방랑 2025.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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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3일 22시 30분,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대통령은 해당 계엄이 자신의 정당한 통치 행위라고 주장했지만, 이것이 과연 시의적절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특히 대통령이 계엄 선포의 이유로 언급한 원인과 근거가 과연 한국 사회에 실제로 존재하는 문제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대통령이 제시한 '사실'이라는 것은 근거 없는 주장에 불과했다. 의회가 '반국가적 행위'를 하고 있다는 주장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불분명하며,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몰락이라는 의제 또한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이었다.
  대통령의 발언은 야당의 과도한 견제와 요구로 인해 생긴 불편함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를 반국가적 행위로 간주하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라 할 수 있다. 대통령의 심기 불편이 국가 운영을 어렵게 할 수는 있어도, 이것이 곧바로 국가 전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반공'이라는 단어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다시 등장한 것도 의아한 일이다. 현재 한국은 휴전 상태에 있는 북한이나, 관계가 긴장된 중국을 염두에 둘 수는 있겠지만, 반공세력 혹은 공산당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주장은 시대착오적이며 실제적인 근거를 찾기 어렵다. 이는 오히려 보이지 않는 공포를 만들어내고, 불안감을 조장하려는 정치적 의도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된 변론 과정에서 피청구인 측 변호인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언론은 이들의 변론 내용을 '궤변'으로 규정했지만, 그 변론의 내용과 논리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신중한 관찰이 필요하다.
위 사건을 언급하는 이유는 오늘 소개할 영화를 통해 정치인들이 어떠한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고민해보려 하기 때문이다. 시민을 위한 진정한 정치인은 과연 존재하는가? 그리고 정치인의 발언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이를 살펴보기 위해 필자는 프랭크퍼트(Harry Frankfurt, 2006/2016)의 저서 <개소리에 대하여(On Bullshit)>를 참고하고자 한다. 프랭크퍼트는 '개소리(bullshit)'가 단순히 허튼소리나 쓸데없는 소리와는 다르며, 거짓말 또한 아니라고 정의한다. 개소리는 협잡보다 더 타당성이 있어 보이며, 거짓말처럼 의도성을 가지지만, 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점에서 차이를 둔다. 즉, 개소리는 진실 여부에 관심이 없고, 단지 말하는 사람의 의도만 반영된 발화 행위라고 설명한다.
  정치인의 발언은 개소리에 해당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하지 않다. 정치인의 발언은 종종 사실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럴 마음'으로 포괄될 수 있는 의도적 발언이라면, 개소리보다는 협잡의 범주에 더 가까울 가능성도 있다. 정치인들이 선거운동 중에 내세우는 "우리가 지켜드리겠습니다", "좋은 도시를 만들어드리겠습니다" 같은 발언은 사실을 기반으로 하지만, 실질적인 실행 여부와 무관한 공허한 약속일 가능성이 높다. 여야의 협치를 통해 정책을 실행했다고 해도, "내가 이루었습니다"라는 식으로 개인의 공적처럼 포장하는 경우도 흔하다. 따라서 정치인의 발언 행위는 지속적인 감시와 비판적 분석이 필요하다.

  오늘 다룰 영화는 2020년 개봉한 <정직한 후보>다. 이 영화는 정치인들이 어떻게 자신을 포장하고, 거짓말을 일삼는지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주상숙(라미란)은 현탄시 국회의원으로, 연임을 위해 선거운동에 몰두하고 있다. 그녀는 죽은 줄 알았던 할머니 김옥희(나문희)를 이용해 학교 재단을 설립하고, 자선사업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꾸미며 '여장부'라는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상숙의 비서관 박희철(김무열)의 도움으로 그녀의 외적인 이미지는 선량한 정치인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협잡과 거짓말로 점철된 행보를 보인다.
  주상숙은 선거운동 중 현탄시의 업적을 자신의 공적으로 둔갑시키며, 일종의 '개소리'를 남발한다. 그녀의 거짓말은 비서관 박희철과 재단 이사장 김상표(손종학)의 조언과 입김으로 점점 더 심화된다. 반면, 김옥희는 손녀의 거짓말로 가득한 선거운동을 보며 정직한 정치인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녀는 자신이 주상숙에게 정치를 권유했고, 잘못된 편지로 죽은 사람으로 알려진 점을 미안하게 여긴다. 그러던 중 김옥희가 빌었던 소원이 이루어져, 주상숙은 갑자기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영화는 이러한 배경으로 주상숙이 진실된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이 과정에서 진실된 방식으로 시민에게 다가간다는 것은 어떠한 행위인지를 재주목하게 한다. 물론, 김옥희가 사망하면서 주상숙의 거짓말을 못하는 이상현상은 주상숙의 할머니인 김옥희가 사망하면서 없어지게 된다. 그러나 주상숙 정치에 입문하면서 가졌던 초심을 상기하면서 진실된 마음으로 정치하는 것을 중심으로 마무리한다.


  주상숙이라는 인물은 마치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정치인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허풍스러운 말을 서슴없이 하고, 이웃 주민을 그저 '표'로만 생각하며,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기억하는 척 행동한다. 특히, 주상숙이 자신의 비서관 박희철로부터 "나는 서민의 일꾼이다"라는 멘트를 요구받았을 때, "내가 서민의 일꾼은 아니잖아..."라는 대사를 내뱉는 장면은 정치인이 국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는 서민을 '섬기는 존재'가 아닌, 마치 자신을 위해 일하는 '일꾼'처럼 생각하는 정치인의 태도를 보여준다. 이러한 모습은 정치인과 국민 간의 괴리를 명확히 드러내며, 현 시대 국민이 정치인을 어떻게 인식하고, 반대로 정치인이 국민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여기서 과연 정치인은 국민을 단순히 '표'로만 인식하는 소비자적 관점 외에 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은 영화가 던지는 주요한 화두 중 하나다. 더불어, 국민은 정치인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하는가? 정치인들은 국민에게 입에 발린 말, 듣기 좋은 말만 하며 자신이 국민을 생각하는 척 행동한다. 특히, 지역구에서 이루어진 좋은 일들은 마치 자신의 공로인 양 포장하며 자랑하기 일쑤다. 그러나 과연 불편한 진실이나 현실적인 한계를 솔직히 말할 수 있는 정치인은 얼마나 될까? 이 역시 영화가 던지는 비판적 질문이다.

  영화 속에서 주상숙은 자신의 지역구에서 계획 중인 엑스포에 대해 실수로 진실을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해당 정책이 사실 지역구에 손해가 되는 정책이며, 건설사의 로비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정작 정치인들은 이러한 문제를 지역 발전을 위한 정책이라고 포장하며 마치 이득인 것처럼 언급한다. 이러한 장면은 정치인의 정책과 발언이 얼마나 허구적이고 마케팅적인지를 보여준다. 이와 같은 상황은 현실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앞서 벌어진 잼버리 사건이 그 대표적인 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자체의 과도한 욕심으로 개최된 잼버리 행사는 파행으로 끝났다. 이는 단순한 행사의 실패를 넘어,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계획 없이 진행된 지방 정부의 무리한 추진력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또한, 오송역 문제와 같이 지자체의 단기적인 이익이나 욕심이 국가의 백년대계에 해당하는 사업에까지 악영향을 미친 사례는 우리에게 깊은 교훈을 남긴다. 이처럼 영화 <정직한 후보>는 이러한 현실을 풍자하며, 정치인들이 국민을 '소비자'로 인식하고, 정책을 일종의 '상품'처럼 홍보성 멘트로 포장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치인의 공약과 발언은 마치 소비자에게 상품을 팔기 위해 치장된 광고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영화는 날카롭게 지적한다.

  최근 정국이 매우 혼란스럽다. 많은 정치인들이 자신을 내세우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그들의 행동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한 국회의원은 청년을 내세워 지지를 얻으려 했지만, '반공청년'이라는 표현으로 비판을 받았다. 또 다른 국회의원은 '탄핵'이라는 키워드를 지속적으로 언급하며 자신이 원하는 법안은 신속히 처리하는 반면, 다른 법안들은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 정치인의 역할은 국민이 선출한 대표로서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많은 정치인들은 당선 이후 국민을 등한시하고, 자신의 자리와 권력을 지키기 위한 행동에 몰두한다. 영화 <정직한 후보>가 보여주듯, 협잡과 개소리를 남발하는 정치인들은 국민을 단순히 '표'를 나타내는 숫자로만 간주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정치인의 진실된 말은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지만, 동시에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결국 영화가 보여주는 정치의 모습은 국민을 설득하고 지지를 얻기 위해 마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 전략처럼 움직이는 정치의 현실을 반영한다. 특히, 최근 갤럽의 조사에서 지지율에 대한 결과가 나오면서 국민을 숫자로 보는 인식은 더욱 드세졌다. 
  영화 속에서는 정치인들이 서로를 끌어내리고, 조종하며, 짜고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는 단순한 풍자가 아니라, 협잡과 개소리가 정치적 과정 속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정치인들은 국민을 생각하는 척, 국민을 위한 척하면서도 실제로는 국민을 통치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된 행동을 일삼는다. 이 영화는 그러한 현실을 비판적으로 조명하며, 오늘날 정치인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메시지를 던진다.
  거짓이 없는 정치란 무엇인가? 영화는 협잡과 개소리가 아닌 진실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정치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단순히 최근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대통령을 끌어내려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반복하거나, 상대 정치인을 무시하며 자신의 정치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정치인들. 혹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탄핵을 막고 명백한 잘못을 감싸는 정치인들. 이들은 영화 속 주상숙이 마지막에 퍼뜨린 '여의도 ZOO'라는 영상 제목처럼, 현재의 정치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정직한 후보>는 우리에게 묻는다. 국민을 위한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인이 진실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협잡과 개소리를 멈추는 순간, 비로소 국민과의 신뢰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지금의 혼란한 정치 상황 속에서 정치인들이 반드시 되새겨야 할 교훈을 담고 있다.
 
박성현
 
Harry Frankfurt. (2006). <On Bullshit>. 강성훈 (2016). <개소리에 대하여>. 서울: 필로소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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