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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비평/영화

[모아나2(2024)] 미국 디즈니 문화의 제국

by 이름 없음의 방랑 2026.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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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 연구자들, 특히 문화 연구를 하는 학자는 라도르프만과 마텔라르(Dorfman & Mattelart)의 저서 <도널드 덕 어떻게 읽을 것인가(How to Read Donald Duck, 1971)>를 접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책은 디즈니가 생산하는 미국적 이데올로기가 타국을 지배하는 사상으로 작용하며, 제국주의를 형성한다고 주장한다. 도르프만과 마텔라르는 이를 설명하며, 디즈니의 이데올로기가 칠레의 아동 잡지에 실려 어린이들에게 특정 가치관을 주입하는 과정을 지적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두 학자는 현대 사회에서 제국주의와 식민주의가 정말로 종료되었는가를 날카롭게 묻는다.
  지난 11월 27일 개봉해 점차 막을 내리고 있는 <모아나 2(2024)> 역시 제국주의적 서사를 내포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2017년 개봉했던 <모아나 1>을 통해 형성된 디즈니의 판타지와 서사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감 때문이다. 디즈니에 매료된 관객들은 이번 작품 역시 반드시 봐야 할 영화로 느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작품을 논하기에 앞서 전작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모아나 1>의 줄거리는 주인공 모아나가 자신이 거주하는 섬을 구하기 위해 떠나는 모험 이야기다. 그녀는 섬에 저주를 내린 여신의 심장을 찾아 반신반인의 마우이와 함께 여러 도전에 맞서며 성장한다. 이번 속편인 <모아나 2>에서는 모아나가 또 다른 종족의 존재를 믿고 새로운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바다 깊숙한 곳에 종족 간 연결 통로를 봉인한 신과 그 저주에 맞서는 모아나의 여정은 전형적인 영웅 서사를 따르고 있다. 좌절과 실패를 딛고 일어나는 그녀의 서사는 기존의 많은 서사 구조를 답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모아나가 주목받는 이유는 서사 자체만이 아니라 몇 가지 독특한 특징 때문이다. 본 글에서는 그중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가장 먼저 주목할 점은 이 작품이 '원주민'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영화의 배경이 칠레 이스터섬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추측하며, 디즈니가 '원주민'이라는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특히, 여성의 성취를 중심으로 한 서사는 기존의 차별적 요소를 줄였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모아나를 보며 이러한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여전히 찝찝함을 느꼈다. 그 이유는 디즈니가 단순히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려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생산 과정에서 특정 문화를 허구적으로 재구성하고 상품화하며 착취의 구조를 재현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르프만과 마텔라르의 주장처럼 디즈니가 제국주의적 이데올로기를 서사와 제작 과정에 녹여낸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히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도를 넘어선다.
  디즈니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을 통해 원주민의 특성을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캐릭터와 서사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오히려 원주민의 고유성을 지우고, 이들을 소비 가능한 상품으로 전환하는 데 기여한다. 예컨대, 모아나에 등장하는 모투누이 부족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허구적 집단이다. 관객 대다수는 이들이 허구임을 인지하지 못한 채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설정을 통해 '원주민'에 대한 일반화된 이미지만을 떠올린다.
  이처럼 디즈니가 사용하는 '원주민'이라는 프레임은 '다양한 목소리의 수용'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제공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특정 집단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향성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는다(이상훈, 2020). 특히 원주민의 피부색이나 생활 방식이 영화 속에서 일정한 틀로 재현된다는 점은 비판받을 만하다. 왜 원주민은 항상 특정한 피부색을 가져야 하는가? 왜 그들의 삶은 늘 자연에 밀착된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만 표현되는가? 이런 질문들은 단순한 설정의 문제가 아니라, 영화가 형성하는 편향된 문화적 상상력의 문제로 이어진다.

  모아나는 부족의 정체성과 현대적 가치관의 대립을 드러내며 이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서사의 중심에 두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핵가족화와 개인주의가 보편화되었고, 이러한 삶의 방식이 '문명화된 모습'으로 간주되곤 한다. 그러나 모아나는 부족 중심의 집단주의 문화를 이상화하며 현대적 삶과 대조되는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영화 속 모아나는 부족의 전통적 가치와 자신의 모험 정신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갈등을 겪는다. 그녀는 이 갈등을 극복하며 성장하지만, 이 과정에서 부족과 관련된 선입견 역시 더욱 공고해진다. 부족은 집권자의 가족이 세습적으로 통치하며 강한 가족애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집단으로 묘사된다. 부족민들은 주인공 모아나의 모험을 응원하고, 그녀가 귀환했을 때 축하하며 화합을 강조한다. 이 장면들은 부족 중심 문화의 아름다움을 부각하지만, 현대적 관점에서는 현실적이지 않거나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주현식(2013)은 SBS 정글의 법칙이 리얼리즘의 한계를 드러낸 사례를 들며, 부족을 현대 사회와 동떨어진 집단으로 그리는 연출을 비판했다. 그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사실성을 강조하는 연출 속에서 오히려 현실과의 괴리를 만들어낸다고 주장한다. 모아나 역시 애니메이션이라는 허구적 장르 특성상 더 부드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원주민에 대한 선입견을 강화할 위험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예컨대, 원주민이 유색인종이며 자연 속에서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산다는 편향은 영화의 전반에 깔려 있다.

  마지막으로, 디즈니 서사의 한계는 제국주의적 관점에서 '영웅서사'를 재현한다는 점에서 나타난다. 특히, 모아나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토테미즘(Totemism)의 요소다. 토테미즘은 동식물이나 자연을 숭배하는 신앙 체계로, 영화에서는 반인반신인 마우이를 통해 구현된다. 마우이의 몸에 새겨진 문신은 그 자체로 살아 움직이며 마우이와 소통한다. 이는 그의 과거 업적과의 대화이자 신적 지위와의 교감을 나타낸다. 토테미즘은 사회와 문화를 자연화하는 기능적 역할을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김석원, 2014), 모아나에서는 모투누이 사회를 집단주의적 문화로 환원시키는 데 기여한다.
  영화는 조상 숭배와 전통을 보수적으로 지키는 문화를 그리며, 모아나의 모험 역시 부족적 정체성을 답습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모아나는 기존 문화를 뛰어넘는 도전적인 인물로 보이지만, 실상 그녀의 행보는 조상의 뿌리를 계승하는 임무로 귀결된다. 이는 결국 기존의 부족적 가치관을 재생산하는 데 불과하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를 남긴다.

  필자의 개인적인 관점에서 모아나는 단순히 도전 서사와 영웅 서사를 답습하는 권력적 애니메이션으로 보인다. 특히, 앞서 언급했듯 디즈니는 원주민 문화를 활용하면서 편향된 인식을 조장하고 있다. 영화 속 섬에서만 생활하며 외부 세계와 단절된 부족민들, 그리고 부족 정체성에 고립된 듯한 이들의 행위는 이러한 지점을 명확히 드러낸다.
  모아나 2는 전작 모아나 1에 비해 서사의 깊이와 의미가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특히, 주인공이 자신의 상황을 능동적으로 타개하기보다 영웅 서사에 집중된 모습은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악역과의 대립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단순히 장애물을 극복하는 데 초점을 맞춘 서사는 이미 익숙하고 흔한 구성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감상하는 동안 음악에서 오는 즐거움은 분명했지만, 서사적 측면에서는 큰 흥미를 느끼기 어려웠다. 특히, 모아나 시리즈가 점차 마블이나 어벤져스와 같은 영화들처럼 전형적인 영웅 서사에 치우치는 작품으로 변모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었다.또한, 이후 작품에서 등장할 다양한 부족의 모습이 과연 기존의 영웅 서사와 원주민 이미지의 답습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생긴다. 모아나가 보여주는 부족 중심의 설정은 디즈니가 전달하고자 하는 영화적 메시지와 표현 방식이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져야 하는지 더욱 모호하게 만든다. 이는 디즈니가 원주민 문화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와 영웅 서사의 반복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이 시리즈가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진정성마저 희미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모아나는 그 화려한 시각적 효과와 매력적인 음악에도 불구하고, 서사적으로는 진부한 경향을 보인다. 특히, 영화가 원주민과 영웅 서사를 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관객에게 새로운 감동이나 메시지를 전달하기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디즈니가 이 시리즈를 통해 보다 창의적이고 진정성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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