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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제, 무명으로 살아가는 은둔자
책 요약 및 후기

공간, 그리고 장소에 대한 개념

by 이름 없음의 방랑 2024.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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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과 장소라는 단위는 과연 왜 생기는 것일까? 우리 집은 공간일까 장소일까? 사전적인 정의로 공간과 장소는 딱 두 가지로 나뉜다. 공간의 경우, "아무것도 없는 빈 곳"으로 어떤 물질이나 물체가 존재하거나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곳을 이야기한다. 장소의 경우, 일종의 '어떤 일이 일어나는 곳'으로 정의된다. 그렇기에 국어적으로 공간과 장소는 따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공간은 일종의 위상학적으로 구조를 가진 곳임은 틀림이 없으며, 물리적인 특성을 가진다. 영어로 Space, Place로 명명되는 공간과 장소는 그 의미가 전혀 다르다. 특히, 지리학 분야, 혹은 문화지리학이라는 측면에서 공간과 장소에 대한 개념은 이 두 개념을 확고히 구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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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계 미국인인 인본주의 지리학자 이푸-투안(Yi-Fu Tuan)은 공간과 장소의 개념을 공간을 두 개의 단계로 구분하여 분석했다. 그는 공간을 일종의 유동적인 공간으로 보면서, 어떠한 현상이 일어나면서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곳으로 보았다. 즉, 공간을 1단계로 형상학적인 부분에 집중하면서, 인간이 어떠한 경험을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가를 바라보며 설정된 공간의 개념은 범위를 '정의'하지 않았다. 1단계에서 인간은 공간의 유동성을 경험하며, 2단계인 장소는 공간을 의미화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투안의 경우, 장소를 '정지된 공간'이라고 언급하면서 의미화된 공간이라고 언급한다. 자 이제, 독자는 이게 무슨 말인가 하고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학교라는 곳을 생각해 보자. 아니, 그냥 넓은 흙바닥 공터를 가진 3층짜리 건물을 생각해 보자. 그리고 이제 그 건물에 만 15세에서 18세의 사람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그곳에서 공부라는 행위를 하게 된다. 공간은 이러한 현상적이고 행위적인 곳을 관찰,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장소는 이러한 공부라는 행위 속에서 그 건물을 '공부하는 곳'이라고 의미화하기 시작했고, '학교'라고 부르고자 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질풍노도의 공간, 혹은 친구들과 밥을 먹기 위해 가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예시로 들었던 '학교'라는 장소는 청소년들의 움직임과 그들을 가르치고자 하는 선생님들에 의해서 의미화되는 공간이다. 투안은 장소라는 의미는 개별적으로 형성되며, 그 개별적으로 형성된 의미가 교차되는 과정에서 사회학적인 정의가 만들어진다고 이야기했다.
 
  많은 논의를 거쳐 공간과 장소에 대한 1차적인 이야기는 끝이 났다. 많이 혼란스러울 것 같은 이 시점에, 그러면 의미화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보고자 한다. 투안의 경우, 장소의 의미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서술했는데 1차적인 서술이 그의 이전 저서인 '토포필리아'이다. 한국어로 '장소애'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해당 개념은 장소에 대한 애착감을 이야기한다. 즉, 감정이면서도 그 공간에 대한 애정을 가지게 되는 과정에서 장소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투안의 경우, 장소라는 개념이 물리적인 공간에만 형성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 않기에 애착은 장소를 형성하는 것에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고 언급한다. 즉, 스마트폰에 대한 애착이 '내가 사는 집'이라는 개념보다 크다면, 스마트폰이 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처음 들었다면 이것이 어처구니없는 소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필자 또한 그랬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이 있는 공간이 '집'이 될 수 있다면, 그곳이 호텔 방이든 아니면 허름한 텐트이든 모두 '집'이 될 수 있다. 사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이미 가지고 있는데, 여행지에서 '집에 간다'라는 행위는 실제로 '호텔에 간다'와 같은 행위로 이어진다. 이처럼 공간은 인간, 개인이 어떻게 의미화ㅏ를 하느냐에 따라 그 정의가 유동적으로 바뀔 수 있으며, 그 기저에는  장소애와 같은 '애착'이라는 행위가 작동한다. 많은 정보들이 함께 들어온다. 공간, 장소애, 장소라는 개념이 우리에게 그렇게 중요한 부분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애착 또한 행위라는 부분에서 일어난 다는 것을 생각하면, 공간에서 장소애를 형성하는 것에 대한 '방식'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부분을 '장소감'이라는 행위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이제 다른 또 다른 세부 개념이 들어간다. '장소감'이라는 단어, 참 이상해 보이면서도 생소해 보인다. 하지만 사실 장소 감각이라는 더 쉬운 단어로 대체할 수 있다. 장소 감각의 경우, 장소를 경험하면서 느낄 수 있는 감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촉간부터 미각, 청각, 시각, 후각 등 공간으로부터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각을 지칭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장소감각 즉, 장소감은 일련의 장소 경험이라는 부분에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현상학자인 퐁티(Merleau-Ponty)가 언급했던, 신체 경험으로써 얻어지는 앎이 바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논리는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던 사실이 오직 콜럼버스가 대륙을 경험했기에 알 수 있는 사실이라는 논리가 작동하는 것에서 쉽게 이해가 가능하다. 우리가 공간을 경험하고 그것을 의미화하는 과정은 일종의 지식을 축적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단순히 공간의 정보는 좌표계가 아닌 인간의 감각을 통해 수집되는 감각의 정보 또한 포함된다. 
 
 이처럼 공간과 장소는 다양한 단계에 의해서 형성되며, 그 과정에서 장소감과 장소애라는 필수적 경험은 인간이 공간의 의미화하는 필수적 요소로 작용한다. 투안의 경우, 이러한 경험을 이론적으로 밝히는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문화지리학이라는 학문적 분과의 토대를 형성했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한국 지리학 분야에서 문화지리학은 심층있게 다루어지는 부분은 아니다. 하나 확실한 것은 지구를 경험하는 것은 인간과 비인간, 모든 존재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자들의 총집합이 일종의 '세계'를 이루어 나간다. 그렇기에 공간과 장소를 이해하는 것만큼 인간의 세상을 이해하는 것에서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Tuan, Y. (1977). Space and Place. 윤영호 (역)(2020). <공간과 장소>. 서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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